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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군 Music이야기/고이군 음악뉴스

가요계,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체질 개선하나

가요계,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체질 개선하나
"한국의 '컬처 테크놀로지(프로듀싱, 디렉팅 능력)'는 우수합니다. 한국이 전세계 시장을 겨냥해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이사)

"프로듀서 체제인 미국 팝시장 진입을 위해 가수보다 현지 음악계가 인정할 만한 프로듀서의 진출이 우선입니다."(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이사)

국내 음반업계 대표 제작자들은 입을 모아 해외 시장 진입, 한류 콘텐츠 확산을 위해 프로듀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뮤직큐브, 내가네트워크㈜ 등 국내 가요계에 작품자(작곡ㆍ작사ㆍ편곡자)들이 주축인 음악전문 프로듀싱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음반시장 침체와 디지털 음원시장 확산 등 음악 환경 변화에 따른 가요계 체질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원활한 음원 공급…전문 프로듀싱 가능할까

지난해 9월 설립된 뮤직큐브에는 200여 명의 작곡ㆍ작사가들이 소속돼 있다. 김도훈ㆍ김세진ㆍ박창현ㆍ곽영준ㆍ안영민ㆍ이현승ㆍ민명기ㆍ박충민ㆍ황성진 등 200여 명의 작곡ㆍ작사가들이 소속된 집단으로 김도훈과 박충민이 각각 제작이사와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음반제작사의 노래 의뢰가 오면 뮤직큐브 홈페이지에 공고→140여 명의 작곡가들로부터 데모 곡 수집→수집 음원을 제작사에 발송→제작사의 음원 선정 후 60여 명의 작사가에 가사 의뢰→제작사에 완성된 가사 발송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간 이승기ㆍKCMㆍ팀ㆍ플라이투더스카이ㆍ이효리ㆍ장혜진ㆍ임정희ㆍ씨야 등의 음반 작업을 맡았으며 현재 이승철 8집, 양파 5집, 신인 5~6팀의 음반을 진행중이다.

박충민 이사는 "회사의 출범 목적은 작품자의 권리 보호와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것이지만 다수의 작곡ㆍ작사가를 통해 다량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어 음반제작사가 퀄리티 있는 노래 수집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한주에 20~30곡씩 작품자로부터 전달받고 있어 현재 약 2천여 곡의 데이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반시장 진입이 어려운 신인 작곡가에게 기회를 줘 능력 있는 작곡가 양성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없이 회사와 소속 계약을 맺은 작품자들은 음원에 대한 저작권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활동한다.

내가네트워크 역시 작품자와 실연자(가수ㆍ연주자)가 뭉친 집단. 윤일상ㆍ정성헌ㆍ신재홍ㆍ안정훈ㆍ박해운ㆍ김건우 등의 작곡가와 함경문ㆍ김영아ㆍ김은지 등의 작사가, 함춘호ㆍ샘리 등의 연주자까지 총 100여 명의 뮤지션이 소속돼 활동중이다. 윤일상ㆍ정성헌ㆍ신재홍ㆍ안정훈ㆍ박해운이 이사를 맡고 있다.

작곡가로부터 노래를 모을 때 홈페이지에 공고를 띄우는 방식은 뮤직큐브와 유사하다.

이승철의 매니저인 이상민 이사는 "뮤직큐브 소속인 이현승 씨가 프로듀서를 맡아 600~700곡을 받았다"며 "프로듀서가 1차 선별 후 500곡에서 100곡으로 추렸고 여기서 이승철 씨의 음반 콘셉트와 맞는 양질의 노래 10여 곡에서 7곡을 수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회사에 프로듀싱을 의뢰할 경우 퀄리티 있는 다량의 노래를 빠른 시간에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작곡가의 유명세가 아닌 노래로만 평가해 이번 타이틀곡도 신인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히트 작곡가는 "음반제작 프로듀싱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래의 선택은 음반제작사와 가수가 해 실질적인 의미의 프로듀싱이 아니다"라며 "현재 단계는 수집된 모든 노래를 공급해주는 음원 중개업자 역할에 머물러 앞으로 노래 결정권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작곡가 역시 "회사 홈페이지에 단순히 '어떤 가수의 음반 수록곡을 모은다'고 공고해 신인 가수의 경우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참여, 전문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로 음원 수출…작곡가 한류 시대 기반될까

이들 업체는 작품자들의 저작권을 관리해주는 업무(퍼블리싱)도 담당한다. 특히 보유 음악 콘텐츠의 수출 및 프로모션을 통해 발생한 저작권료를 징수ㆍ분배하는 업무에 무게를 싣는다. 이는 음원의 해외 수출 활로를 모색, 좁은 국내 시장서 벗어나 작곡가의 한류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비ㆍ세븐ㆍ신화 등 아시아권을 무대로 한 가수의 증가로 K-POP을 접한 일본, 태국, 대만 등지의 가수들이 국내 작곡가에게 노래를 의뢰하는 사례가 많아진 덕택. 그간 주로 직배사가 담당한 해외 퍼블리싱의 경우 국내 히트곡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업체는 신곡 수출 및 관리에도 역점을 둔다.

뮤직큐브는 일본 퍼블리싱 회사인 니치온과 손잡았다. 박 이사는 "직배사의 해외 퍼블리싱은 주로 국내 히트곡 위주로 이뤄지지만 본사는 해외에 신곡을 수출하는 데 주력한다"면서 "니치온에 노래를 보내고 일본 가수의 음반 혹은 드라마ㆍCF 등에 삽입되도록 프로모션을 해 그 결과 저작권료가 발생하면 본사와 징수ㆍ분배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 퍼블리싱 회사와도 협의중이며 향후 북미 지역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내가네트워크의 퍼블리싱 담당자인 조유민 과장은 "해외 퍼블리싱의 경우 소속 작곡가들의 노래를 데모 CD로 제작, 국내 직배사에 보내주고 프로모션을 펼치는 방식을 취한다"고 말한 뒤 "데모 CD에는 주로 히트곡이 담기지만 신곡을 모아서 보내는 경우도 있으며, 해외에서 특정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요청이 올 경우 곡당 사용 승인을 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퍼블리싱은 아직 시스템을 갖추는 기초공사 단계에 불과하다. 몇몇 작품자들은 "국내 노래를 우연히 접한 해외 음반업체가 리메이크 등 사용 요청을 할 뿐, 음원 수출을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일부에선 "음원의 수출도 중요하지만 이미 해외서 사용되는 음원의 저작권 징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해외 퍼블리싱"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