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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사 'EMI 클래식'사장 지낸 피터 얼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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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사 `EMI 클래식` 사장 지낸 피터 얼워드 [중앙일보]
`요즘 청중 눈으로 음악 들어
스튜디오 오페라 음반 끝장`
세계 최대 클래식 음반사인 EMI 클래식 사장을 지낸 피터 얼워드. 그의 어릴 때 꿈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었다. [김성룡 기자]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느긋하게 오페라 전 곡이나 교향곡 전 악장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점점 없어져 갑니다. 대중들도 오페라 아리아나 하이라이트를 따로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많이 찾게 되죠. FM에서도 토막 클래식만 틀어줍니다. 듣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클래식 음악회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점점 줄어든다는 게 문제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 소속된 음반사 EMI 클래식 사장을 지낸 피터 얼워드(56)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 초청으로 내한했다. 13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국내 공연장 직원들과 공연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A&R(Artis & Repertoire)'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A&R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 참신한 레퍼토리로 음악시장을 넓혀가는, 공연예술산업의 꽃이다.

"한국 연주자들의 열정과 집중력에 감탄했어요. 앞으로도 뛰어난 한국 출신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오페라 음반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페라극장의 실황을 DVD로 담아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인데다 점점 비주얼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청중들은 눈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오페라는 특히 심하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연주자의 조그만 실수도 쉽게 노출됩니다. 대중들은 연주자의 연주력보다 외모나 사생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죠. 연주자로 성공하려면 내키지 않는 인터뷰도 해야 하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부끄럽게 여겨선 안 됩니다. 인터넷만큼 저비용 고효율 매체도 없죠. 연주자의 대중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채팅으로 대중과 친숙해질 수 있는 소지도 많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는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연주단체에 대한 지원도 적어도 3~5년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15년 전에 레코딩 계약을 했어요. 베를린필 음악감독으로 가기 전까지는 그가 낸 음반으로 한푼의 수익도 얻지 못했죠. 그가 언젠가 세계적인 지휘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15년간을 기다려준 겁니다."

얼워드는 1990년대 말부터 클래식 음반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음원(音源) 저장방식이 나오면 음반 판매량은 급증했다가 얼마 못 가서 옛날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CD가 나온 후 성급하게 과투자를 한 것이죠. 그래서 연주자들이 직접 음반을 제작해 홍보하기도 합니다. 매니저들도 옛날에는 신인 연주자들에게 부모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빨리 돈을 벌 것인가만 생각합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과 청소년 음악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축구 경기장이나 록 콘서트에 자주 나타납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꺼려하죠.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듣기가 두려워서입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줄어들고 학교 음악수업 시간도 줄어들고 있어요. 결국 음악가들이 나서야 합니다. 앉아서 지원과 관심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정치인이나 기업인에게 클래식 음악이 왜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문제가 풀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 클래식 음악의 '홍보대사'로 나선다면 더 효과적이겠지요."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피터 얼워드=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1970년 세계 굴지의 음반사 EMI 클래식에 입사해 A&R 매니저를 거쳐 사장을 지냈다. 사장에서 은퇴하던 2004년 '그라모폰 음반상'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상임 이사, BBC 뮤직 매거진 상임 이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재단 상임 이사로 있으면서 마스터프라이즈 작곡상 등 세계 유명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11.13 21:24 입력 / 2006.11.14 09:46 수정